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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계곡

계곡01

둥둥 떠내려온 듯한 산덩이 하나가
우뚝 섰다. “빙산(氷山)이다.”

빙계계곡1
대한민국 경북의 한가운데 자리한 의성. 그 동남쪽 끝 춘산면에 빙산(氷山)이 있다.극지의 빙산들이 이게 무슨 일이냐고 의아해할 일이다. 의성의 빙산은 푸르다.
수목들이 우거지고 바위도 많고 짐승들도 산다. 그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산다. 그래서 한 수 위인 빙산이다.
계곡02

빙산의 빙계계곡

빙계계곡2
빙산이 있는 이곳은 의성군 춘산면 빙계리(氷溪里). 여름에도 ‘개울에 얼음이 언다’는 마을이다. 남쪽은 북두산, 북서쪽은 비봉산, 북동쪽은 늑두(勒頭)산으로 에워싸여 밤은 빠르고 어둠은 깊다. 그 가운데를 쌍계천(雙溪川)이 흐른다. 춘산면 신흥리의 산두봉에서 발원해 비안면 쌍계리 부근에서 위천과 합류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하천이다. 쌍계천의 상류부에서 빙산을 감돌아 흐르는 천을 특별히 ‘빙계’라 한다. 빙계가 만드는 절경지대, 예로부터 빙산과 빙혈의 골짜기라 했던 곳이 바로 ‘빙계계곡’이다.
삼복 때면 얼음이 얼고 엄동설한에는 더운 김이 무럭무럭 솟아나는신비로운 계곡이다.
계곡03

요석공주와 빙혈(1)

빙계계곡3
마을 안 미로 같은 돌담길을 지나 빙산을 오르면, 용의 환성 같은 빙혈(氷穴)이 있다. 춘원 이광수의 장편소설 ‘원효대사’ 에 보면, 요석공주가 젖먹이 아들 설총을 데리고 원효대사를 찾아 이곳에 이른다. 무더운 여름날이었다고 한다. 공주가 동네 어귀에서 원효대사의 거처를 묻자, 사람들은 ‘빙산사 빙혈 속에 기도하는 이상한 스님이 있다’고 일러 주었다.
“빙혈을 지나면 찬바람이 씽씽 불어오는 풍혈(風穴)이 있는데 얼마나 깊은지는 아는 사람이 없소. 그 끝이 저승까지 닿았다고도 하지요.
계곡04

요석공주와 빙혈(2)

빙계계곡4
요석 공주는 좁은 굴속을 더듬더듬 기어 들어갔다. 점점 추워졌고 전신은 꽁꽁 어는 듯했다. 그러다 갑자기 굴이 넓어졌고 허리를 펴고 팔을 휘휘 둘러도 거칠 것이 없다.
공주는 어둠 속에서 크게 소리쳤다. ‘아바아(여보)!’ 그 소리가 웅하고 울려 퍼져 큰 쇠북의 마지막 소리 모양으로 길게 꼬리를 끌다가 스러졌다고 한다. 허리를 굽혀 더 안쪽으로 들어가는 문 속으로 발을 들이자 으스스한 기운이 감돈다. 검은 내부, 저승에 닿을까 멈칫한다. 빙혈에서 약 100m 거리에 풍혈이 있다. 바위틈의 좁은 굴이다. 아주 먼 옛날에는 아주 큰 동굴이었다는데 언젠가 무너져 지금처럼 좁아졌다 한다. 찬바람은 냉동고보다 강력하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풍혈을 누에를 기르는 잠실(蠶室)로 이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계곡05

빙계계곡 8경

빙계계곡5
빙계계곡은 약 2억5천만년 전에서 6천500만년 사이에 처음 만들어졌다. 그리고 긴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이곳에서는 부처님과 용의 한판 대결이 있었다. 부처님의 쇠스랑이 무시 무시한 소리를 내며 날아가다 절벽 위 봉우리에 푹 찍혔고, 용은 대기를 휘저으며 결국 절벽 아래로 머리를 부딪었다.
움푹 파인 봉우리는 불정(佛頂)으로, 움푹 파인 웅덩이는 용추 (龍湫)라는 이름으로 오랜 전설의 시대를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이 살기 시작했고, 전쟁의 시기를 제외하곤 곡식 찧는 물레방아 소리 끊이지 않던 역사 시대가 있었다. 그 사이 언제부터 더운 날엔 찬바람 불고 추운 날엔 따스한 바람 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신증동국여지승람에 ‘하천원출 빙산’이라는 기록이 빙산으로부터 하천이 생겨났음을 알려준다.
풍혈(風穴), 빙혈(氷穴), 석탑(石塔), 인암(仁巖), 의각(義閣), 물레방아(水礁), 용추(龍湫), 불정(佛頂)을 빙계 8경이라 한다.
삼국사기는 신라의 석학 고운 최치원이 이곳 빙산에서 자주 노닐었다고 전한다. 그는 모든 것을 보았을 것이다. 100년이 지나 19세기 사람 김삿갓도 이곳에 섰다. 그는 “굽이치는 냇가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떨어질 듯 매달린 틈에는 꽃이 피어 드리워졌구나”라고 했다. 그 역시 모든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의 노래를 남겼다. 봄. 언제나 봄과 같은 골짜기에 대한 노래를.
제작 : 의성군, 영남일보 공동기획 스토리텔링 PDF 다운로드 다운로드